그땐 구구절절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있었다. 나의 변변치 못한 모습과 또 나를 어렵게 하는 내 주위가 하루에도 몇번씩은 나를 벼랑끝으로 몰고갔었다. 시간이 지나서 내 가족이 정확히 말하면 내 아버지와 어머니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셨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지만. 점점 소중한 사람에게 짐승처럼 변해가는 추악한 정신과 도무지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던 현실에서 내가 했던 선택이 이렇게 평생을 후회할 행동이라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어.


 오빠는 당신이 멋진 모습으로 졸업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서 나보다 더 멋지고... 정확히 말해서 더 사랑받고 더 자신감있게 살아온... 그러니 너를 더 사랑하고 아껴줄 남자를 만나서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랬었다. 당신이 너무도 행복한 모습을 본다면 더할나위 없이 기쁘고 행복할거라고.


 그해 겨울에는 동료의 도움으로 알콜의존증과 중증우울증을 치료받기 위해서 제법 큰 병원을 다녔어. 제 3자인 회사 동료와 의사들도 다시 너에게 돌아가 너의 말한마디 듣는게 가장 큰 약이라고 했지만 나는 돌아갈 수 없다고 이야기했어.


 열심히 상담 프로그램을 나갔지만 도통나아지지 못했어. 잊으려면 죽어야하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다시 술과 약에 찌들었어. 이듬해에 경추동맥이 좋지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울대병원을 갔다. 몸이 다 망가져있었다. 나는 당신을 바래다준 그 병원 로비에서 실없이 웃었어. 벌을 받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거든...


 회사에서는 나에게 마지막으로 경고를 했다. 술냄새 풍기면서 일할수 없기에 이 악물고 술도 약도 다 끊었다. 그리고 그 동안에 컴퓨터에 핸드폰에 방 구석구석에 남아있던 당신 흔적들도 지우고... 또 울어버리고... 또 자책하고...


 당신에게 말하지 못했지만... 오빠가 한 맺힌 물건이 있어.. 당신이 이야기했던 귀걸이 말야... 그 귀걸이 사주지 못해서... 그래 그 귀걸이와 당신이 내 차에 놓고갔던 트레이닝복 그리고 내가 꼭 주고싶다고 말했던 CD... 만나서 줄 용기가 나지않아 어렴풋한 기억으로 주소를 적어 소포로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당신이 언젠가 이야기했던 컬럼비아대에 일하러 가서 멋진 엽서도 보냈었어.


 당신이 설사 그 물건들과 엽서를 받지 못했더라도. 그 물건들을 보내면서 마음이 편해지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기는 커녕. 해주지 못했던 것들만 자꾸 떠올라서 당신에게 미안해지기도 하고... 이런 내 멋대로인 모습에 당신이 또 힘들걸 알면서도... 미친 스토커처럼 보이는 내모습에 또...


 현정아, 이젠 어떤 말로도 너의 그 웃는 모습... 하얀 손... 아기같은 냄새... 귀여운 웃음소리... 다신 볼 수도 없고 잡을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겠지... 진심이지만 이런 편지에... 내가 아무렇게나 해버린 당신 마음... 내가 어찌할 수 없을테니까.


 이기적인 말이겠지만... 나 당신에게 바라는게 있어. 꼭... 건강해야해. 알아줬으면 좋겠어. 당신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여리고 착한 사람이야. 그리고 현명하고 눈이 깊은... 나에게 과분한 사람이었어... 고마워...


 사랑한다는 말... 사랑이라는 말... 철없고 모자라고 이기적인 나에게... 가르쳐 주어서 고마워... 당신... 평생 잊을 수 없을거야.


건강해.

by Drifter 2015. 2. 22.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