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시간동안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새벽에 전화를 받고 미친듯이 밟고 내려가는 동안 온갖 상상과 생각이 지나갔다. 수술실에서 꼬박 이틀을 기다리면서 나는 도무지 어떠한 행동도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몹시 힘들었다.


2.


 어머니와 아버지... 내 어머니와 아버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휴가를 내는 아들... 죄송한 마음 뿐이다... 올해 아버지와 어머니... 같이 떠나려고 했던... 여행을 취소했다...


3.


 뇌CT에서 이상증세가 있어 병원을 찾았다. 소견이 매우 좋지 않다....


4.


 병인것 같다... 꿈을 많이 꾸게 된다고 한다... 좋은 꿈이다...


5.


 만약 어떻게 되든... 좋은 아들이었고...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6.


 약을 먹는다... 어쩔 수 없지... 출근해야 하니까

by Drifter 2014. 4. 19. 04:42


1.


 문자 너머로도 상대방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할 때에는 꽤 신중한 사람처럼 몇 일을 두고보면서 하지 않는다. 상대방은 나를 알지만 이런 이야기는 꽤 어려웠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담배를 다시 태웠다. 벼르던 것에 눈이 멀었다. 역시 부족하다는 생각뿐이다. 어디론가 떠나서 한동안 돌아오고 싶지 않다.


2.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준비했던 사내 인터뷰와 시험들이 예상대로 실패했다. 무지하게 비싼 영어시험 성적표와 주고받은 메일들이 방바닥에 널부러져있다. 사측에서는 이런 부대비용을 왜 청구하지 않았냐고 지나는 말을 한다. 하선동력에 생색이 갈수록 심하다. 내년 대학원 등록금도 일절 묻지 않을 생각이다. 선배의 조언으로 논문을 읽고 있다. 인사이동이 없다면 난 다른 생각을 해야한다.


3.


 꿈을 자주 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요즘은 (술에 찌들었던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내가 꽤 쓸데없는 꿈을 자주 꾼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한 꿈이다. 다시 볼 수 없는 누군가와 함께 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고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꿈이 너무 좋아서 일찍 샤워를 하고 보일러를 틀어 잠들고 싶다. 고양이도 방해하지 않아. 한달전에는 그녀가 오랫동안 살았던 집 근처의 꽃집에서 꽃을 사주는 꿈을 꾸었다. 몹시 기다리는 느낌마져 생생해 새벽에 벌떡 일어나 (같이 깨어난) 어리둥절한 표정의 고양이를 보며 실없이 웃었다. 


4.


 의사는 내가 지금 처먹는 약과 만성질환과 앞으로의 관리에 대해 전혀 의무감 따위 느껴지지않는 충고를 했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혼잣말을 무수히 쏟아냈다. 나는 결론을 지었다. 나의 고독함이나 타인에 대한 (비교적 비정상적인) 죄책감에 대해 모종의 자부심을 가지기로 했다. 나의 일부 성격이 집단이나 표본의 보편적인 성격과 다름을 긍정하는 것이다. 마을을 가볍게 하기 위해 나는 내가 구역질 난다고 느꼇던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해답을 찾는 일종의 중독증세를 만들기로 했다.


5.


 의사는 내가 오만가지 기괴한 상상과 그로테스크하고 잔인한 상상으로 뇌를 채우고 있으며 이것이 나의 삶을 엄청나게 지루하게 만든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진짜 진심으로 의사를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르몬이 부족하다는 말이 제일 신빙성있었다. 그림을 그리거나 설문지에 응하는 시간따위는 호르몬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끊었다. 약이 없다.



by Drifter 2014. 3. 16. 04:20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
내 텅빈 방안에 가득 한데

이렇게 홀로 누워 천정을 보니
눈앞에 글썽이는 너의 모습
잊으려 돌아 누운 내 눈가에
말없이 흐르는 이슬방울들

지나간 시간은 추억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긴 밤을
또 잊지 못해 새울까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방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
저마다 아름답지만
내 맘속에 빛나는 별 하나
오직 너만있을 뿐이야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방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by Drifter 2014. 2. 25.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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